ChatGPT 상표 등록 사례로 본 한·미 상표제도 비교

파인특허
February 6, 2025

1. ChatGPT 상표 등록 – 미국에서의 실패와 한국에서의 성공 사례

미국에서의 실패

OpenAI는 자사의 챗봇 이름 “ChatGPT”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상표로 출원했으나, 식별력 부족을 이유로 등록이 거절되었습니다. 미국 상표법상 기술적 표현 또는 상품·서비스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설명적 표장(descriptive mark)은 등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Chat”은 온라인 대화를 의미하는 일반 명칭이고,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어로 인공지능 모델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로 인식되었습니다. 따라서 두 단어의 결합이 상품의 기능이나 특징을 직감적으로 설명하는 표현에 불과하다고 보아 독자적 식별력이 없다는 심사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OpenAI는 이에 대한 반박으로 방대한 증거를 제출하며 “ChatGPT”가 이미 언론과 사용자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다고 주장했지만, 2024년 2월 9일 최종 거절 통지를 받았습니다. 현재 OpenAI는 보조적 등록부(Supplemental Register) 등 다른 경로를 모색하거나 상표심판원(TTAB)에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한편 “GPT” 단독 상표 역시 같은 이유로 거절되어, “ChatGPT”와 “GPT” 모두 미국에서 등록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한국에서의 성공

반면 한국에서는 OpenAI가 “ChatGPT” 상표 등록에 성공하였습니다. 한국 특허청(KIPO)은 상품의 성질을 직접적으로 표시하는 성질표시 상표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으면 등록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ChatGPT는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한국에서도 단기간에 폭발적 이용자 증가와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일반 수요자들에게 특정 출처를 지칭하는 브랜드로 각인되었습니다. 이처럼 광범위한 인지도와 사용 실적을 토대로 한국 특허청은 ChatGPT가 출처 표지로서 식별력을 획득했다고 보고 등록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집니다.

결국 미국에서는 식별력 부족을 이유로 난항을 겪은 반면, 한국에서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아 상표등록이 성사되었습니다. 이는 양국의 상표 제도 차이가 기업의 브랜드 보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2. 한국과 미국의 상표 제도 차이

① 사용주의 vs. 등록주의

미국은 사용주의 원칙을 채택하여, 상표를 실제로 먼저 사용한 자가 우선권을 가집니다. 상표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상표 사용을 통해 미등록의 선사용권(커먼로우 권리)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등록주의(선출원주의)를 택하고 있어, 먼저 특허청에 출원한 사람이 상표권을 취득합니다. 즉, 상업적 사용 사실보다 출원 시점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미사용 상태여도 사용 의사만 있으면 출원이 가능하고, 일단 등록을 받은 뒤 3년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취소될 수 있다는 사후 규제를 통해 실제 사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타인이 먼저 잘 알려진 상표를 모방해 출원한 경우 한국에서도 등록이 거절 또는 무효화될 수 있고, 일정 조건하에 선사용자가 계속 사용을 할 수 있는 예외 규정(선사용권)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러한 예외 규정은 본질적으로 방어적 권리에 가까워, 등록상표권자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② 상표 심사 기준

두 나라 모두 식별력(distinctiveness)을 등록의 핵심 요건으로 삼습니다. 상품·서비스의 보통명칭이나 기능·성질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기술적 표장은 원칙적으로 등록이 어렵습니다. 다만 미국은 일정 기간 실제 사용을 통해 사용에 의한 식별력(acquired distinctiveness)을 증명하면 등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오랜 기간 유명 브랜드로 인지도가 쌓인 표장은 본래 기술적 표현이라도 예외적으로 등록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원칙적으로 성질표시 상표 등록은 불허하지만, 이미 국내 시장에서 널리 알려져 사실상 출처표지 기능을 획득한 경우라면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인정되어 등록될 수 있습니다. ChatGPT는 바로 이 요건을 충족시켰다는 점이 미국과 다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한국 특허청은 “Chat”과 “GPT”가 영어 일반명칭·전문용어라 하더라도 국내 수요자들에게 특정 출처를 가리키는 상표로 인식됐다는 근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③ 선사용권 및 이의제기 절차 차이

미국은 사용주의이므로 출원 이전부터 시장에서 먼저 사용한 사람이 강한 보호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출원 공고 기간에 선사용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등록 후에도 선사용권자가 특정 지역·분야에서 계속 사용할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선출원주의이므로, 출원공개 후 2개월 이내 제3자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내가 먼저 사용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등록이 막히기 어렵습니다. 이의신청이 인용되려면 주지·저명상표 모방 등 법정된 거절사유를 충족해야 합니다. 또한 등록 후에도 등록무효심판을 통해 언제든지 무효화가 가능하고, 불사용취소심판을 통해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상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④ 상표권 보호 범위 및 등록 후 활용

미국 연방 상표권은 전국 단위로 효력이 미치지만, 해당 지역에서 먼저 사용한 자의 우선권을 배제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 상표권은 전국 단위로 독점적 효력이 부여되고, 미등록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권리 침해 문제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도 3년간 사용하지 않은 상표는 누구나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두 나라 모두 ‘사용하지 않는 상표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미국은 등록 전·후 과정 모두에서 사용이 더욱 중요하고, 한국은 등록을 먼저 한 뒤 일정 기간 내 사용을 증명하면 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3. 기업이 고려해야 할 실무적 시사점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상표 등록 전략

ChatGPT 사례에서 보듯, 기술적 표현을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면 일부 국가에서 설명적 표장으로 판단되어 등록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출시할 때, 브랜드 네이밍 단계부터 상표 등록 가능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사용주의 국가(미국 등)에서는 조기에 상표 사용 증거를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의도사용(intent-to-use) 출원을 통해 권리 확보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선출원주의가 적용되는 한국, 유럽, 중국 등에서는 출시 전 선점 출원을 통해 타인의 ‘먼저 출원’을 예방해야 합니다.

국가별 우선순위 및 출원 전략

모든 국가에 동시에 출원하기 어려울 때는, 시장 규모와 상표 분쟁 리스크를 고려하여 주요 국가부터 출원합니다. 이후 6개월 이내 파리조약 우선권이나 마드리드 국제출원 등을 활용해 다른 국가로 확대 출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ChatGPT처럼 혁신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면,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선제적이고 광범위한 출원을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전 검색 및 브랜드 보호

출시 전 상표 검색(clearance)을 통해 선행 상표나 유사 상표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모방 상표나 무단 사용을 신속히 대응해야 합니다. ChatGPT는 폭발적 인기 이후 다양한 모방 앱이 등장하자, “GPT”라는 명칭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는데, 이는 일반명칭화(genericide)를 방지하고 자사 상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처럼 기업은 자국 및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파트너나 이용자가 상표를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4. 결론 및 전망

OpenAI의 ChatGPT 상표 사례는 미국에서는 설명적 표장으로 간주되어 식별력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아 등록에 성공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는 양국 제도의 차이가 혁신적인 기술 브랜드 보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기술적 약어·용어가 직접 노출된 브랜드 네이밍은 이해도와 주목도를 높일 수 있으나, 정작 상표법적 보호에서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미국에서는 ChatGPT가 시간이 흐를수록 특정 출처를 지칭하는 사실상 고유 브랜드가 되면, 향후 식별력 입증을 통해 등록을 획득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 등 선출원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미 상표권을 확보한 만큼, OpenAI는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통해 브랜드를 보호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기업이라면, 주요 시장별 상표 제도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출시 시점에 맞춰 선제적으로 상표를 확보하는 전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