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2023. 2. 2. 선고한 2022후10210 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특허 침해 판단 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균등론’ 적용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특히 확인대상 발명(피심판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 내에 속하는지를 판정할 때 적용되는 ‘구성 변경의 용이성’ 판단 기준 시점과, 출원경과 중 특정 구성이 의식적으로 제외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에 의해 확정됩니다(특허법 제97조). 그러나 실무에서는 피침해자가 특허발명의 기술적 구성을 문언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일부만 변경하여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를 방지하고자 판례는 ‘청구범위와 문언상 동일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구성을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포함시키는 균등론을 인정해 왔습니다.
대법원 판결례(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후1132 판결,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후424 판결 등)에 따르면, 균등론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과제해결원리 동일성: 특허발명과 확인대상 발명의 해결원리가 실질적으로 동일해야 합니다.
(2)작용효과 동일성: 구성 변경에도 불구하고 특허발명과 사실상 동일한 작용 및 효과를 나타내야 합니다.
(3)구성 변경의 용이성: 해당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기술자(PHOSITA)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사소한 변경이어야 합니다.
(4)공지기술의 범위 초과 여부: 해당 변경이 이미 공지기술 범위를 넘어서서 특허발명의 독창적 영역을 부당히 확장하지 않아야 합니다(이는 양립 불가능성 혹은 신규성·진보성 등과 관련하여 개별 사안에서 판단됩니다).
(5)출원경과 금반언(의식적 제외) 불해당성:출원 과정에서 해당 구성을 의도적으로 제외하여 청구범위를 제한한 경우, 균등론 주장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번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통해 균등 여부를 가늠할 때, “구성 변경의 용이성”을 판단하는 시점이 ‘심결 시’임을 다시 한번 명시했습니다.
결국, 출원 이후에 나온 공지자료라도 심결 시점에는 통상의 기술자에게 알려진 기술적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구성 변경의 용이성 판단에 참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특허침해자가 출원 이후에 발전한 공지기술까지 활용하여 쉽게 변경안을 찾아낸 경우에도 균등침해에 해당될 소지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특허발명의 출원과정에서 특정 구성(예: 프로드러그 에스테르 등)이 ‘의식적으로 제외’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하였습니다. 법원은 명세서 및 출원 전 과정을 두루 살펴, 심사관 거절이유 통지, 이에 대한 출원인의 보정 및 의견서 제출, 보정의 이유, 당시 출원인이 의도했던 기술적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출원인이 청구항을 감축했다고 해서, 감축 전후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구성이 곧바로 의식적으로 제외된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출원과정에 나타난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출원인이 선행기술 회피 등을 위해 특정 구성을 권리범위에서 명확히 배제하려는 의사”가 확인되어야만 의식적 제외로 인정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균등론의 핵심 요건인 ‘구성 변경의 용이성’과 ‘의식적 제외’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사항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1)문언적 구성만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말 것
피침해 제품이 청구범위와 일부 다르다고 하더라도, 과제해결원리와 작용효과가 실질적으로 같고 공지기술에 비추어 쉽게 변형 가능하면 균등침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2)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심결 시점의 기술수준 고려
단순히 출원 시점의 기술만 따져서는 안 되고, 침해 시점까지 공지된 자료 또한 용이성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3)출원경과 기록을 면밀히 검토할 것
출원 과정에서 한 보정이나 의견진술이 사후에 균등론을 적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제외되는 구성의 범위와 취지를 신중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4)신규한 공지기술 등장 시, 예방 전략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출원 후 새롭게 등장한 공지기술을 이용한 ‘사소한 변경’을 통해 침해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균등론 적용 가능성을 미리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균등론의 적용 범위와 판단 시점”을 명확하게 정리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또한, 출원경과를 두루 살펴 특정 구성을 의식적으로 제외했는지 여부에 관해, 단순 감축만으로 결론짓지 않고, “보정·의견서 등으로 드러난 출원인의 진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특허 출원·심판·소송 전 과정에서의 전략적인 의견서·보정이 이후 특허권 범위와 침해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에도 특허권자와 잠재적 침해자는 각각 균등침해 여부, 출원경과 금반언 등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명세서와 출원경과를 더욱 신중하게 관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