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창업은 여타 일반 창업과는 결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대표님이 고학력의 엔지니어이거나 연구원 출신이다 보니, "기술적 완성도"가 곧 "사업의 성공"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변리사로서 수많은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곁에서 지켜본 결과,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가 망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습니다. 반면, 기술은 평범해도 시장을 읽는 눈이 탁월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계실 예비 창업가와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위해, 기술 창업의 시장 진입 전략부터 자금 확보, 네트워킹, 그리고 이를 지키는 지식재산권 전략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공학도 출신 대표님들이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입니다. 제가 대리했던 A사의 사례를 조금 더 자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사례: 고성능 센서 개발사 A업체의 시행착오] A업체 대표님은 대학 연구소에서 5년간 개발한 센서 기술을 들고 창업했습니다. 기존 제품보다 감도가 10배나 뛰어난 기술이었습니다. 대표님은 이 기술만 내놓으면 시장이 열광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매출은 제로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시장의 주류인 일반 가전제품에는 그렇게 고스펙의 센서가 필요 없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전략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기술의 우위를 자랑하는 것을 멈추고, 이 기술이 아니면 안 되는 시장을 찾았습니다. 그곳은 바로 미세한 습도 변화가 작물 생육에 치명적인 스마트팜 특수 작물 관리 시장이었습니다. A사는 기술 스펙을 해당 시장에 맞춰 Pivot했고, 지금은 스마트팜 분야의 독보적인 센서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 기술이 누구의, 어떤 고통스러운 문제를 해결해 주느냐입니다. 기술 창업의 시작은 연구실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 정의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아이템이 정해졌다면 이제 팀을 꾸리고 자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많은 분이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콜드 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공고만 검색합니다. 하지만 투자업계는 철저히 신뢰와 네트워크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① 지역 거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베이스캠프로 삼으십시오 전국 각지에는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은 초기 창업자가 투자 생태계로 진입하는 가장 확실한 등용문입니다.
② 데모데이와 행사장, 영업이 아니라 검증을 하러 가십시오 투자 심사역들도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데모데이와 각종 스타트업 박람회입니다.
네트워킹을 통해 초기 투자자(AC 등)와 연결되었다면, 이를 레버리지로 정부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여기서 변리사로서 뼈 있는 조언을 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데모데이나 박람회, 투자자 미팅에 나가기 전에 반드시 특허 출원을 먼저 완료해야 합니다.
많은 대표님이 "제품 반응 보고 특허 낼게요", "돈 아까우니 나중에 낼게요"라고 하십니다. 이는 전쟁터에 나가면서 갑옷을 집에 두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① 신규성 상실의 위험: 특허법에는 신규성이라는 엄격한 요건이 있습니다. 내 기술이 박람회 부스 전시, 데모데이 발표, 혹은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는 순간, 그 기술은 공지된 기술이 됩니다. 원칙적으로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공지 예외 주장이라는 구제책이 있으나, 요건이 까다롭고 해외 출원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② 투자 유치를 위한 자산 가치: 투자자가 기술 스타트업을 실사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서류 중 하나가 특허증입니다. 매출이 없는 초기 기업에게 특허는 기술의 독점적 권리를 증명하는 유일한 객관적 지표입니다. 또한, 경쟁사가 우리 아이디어를 모방하려 할 때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③ 포트폴리오 전략: 단순히 특허 하나 등록받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주변 기술까지 그물망처럼 특허를 확보해야 경쟁사의 회피 설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IP 포트폴리오 전략입니다.
기술 창업은 외롭고 긴 싸움입니다. 혼자 연구실에 갇혀 있지 마십시오. 밖으로 나와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행사장에서 사람을 만나십시오.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끊임없이 기술을 다듬으십시오.
그리고 그 치열한 과정 속에서 여러분의 땀과 눈물이 담긴 기술이 허무하게 도용당하거나 권리를 잃지 않도록, 지식재산권이라는 안전장치를 가장 먼저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