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S, MWC와 같은 국제 박람회부터 국내의 각종 산업 전시회는 기업의 R&D 성과를 시장에 검증받고 판로를 개척하는 중요한 비즈니스 모멘텀입니다. 그러나 IP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출원 전 공개가 이루어지는 박람회 현장은 기업의 핵심 자산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법적 공백 상태와 다름없습니다.

오늘은 전시회 준비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특허 출원의 당위성과, 이를 간과했을 때 발생하는 법률적 리스크, 그리고 단계별 대응 전략을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특허 제도는 발명자에게 독점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대신, 그 기술을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계약입니다. 여기서 특허 등록의 가장 기초적이며 절대적인 요건은 바로 신규성입니다.
상황: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기업 K사는 코엑스 산업전에서 획기적인 센서 제어 기술을 시연했습니다. 현장 반응은 뜨거웠고, 3개월 후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진행했습니다.
결과: 특허청 심사관은 의견제출통지서를 발송하며 거절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인용된 선행 기술 문헌은 다름 아닌 K사가 박람회 당시 배포했던 브로슈어와 유튜브에 업로드된 현장 인터뷰 영상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는 먼저 발명한 사람이 아닌, 먼저 특허청에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Experts Tip:
출원 사실을 증명하는 "Patent Pending" 표시는 기술의 독창성과 법적 보호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강력한 경영 신호입니다.
만약 부득이하게 특허 출원 전 박람회 참가가 이루어졌다면, 공지예외주장 제도를 통해 구제를 모색해야 합니다.
이는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을 공개한 경우, 일정 요건 하에 그 공개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여 신규성을 인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단, 이 제도는 만능열쇠가 아니며 엄격한 요건이 따릅니다.
본 칼럼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공지예외주장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유럽(EPO)과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신규성 요건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합니다.
유럽/중국의 태도: 원칙적으로 출원 전 공개된 기술은 특허성을 상실한 것으로 봅니다. (극히 제한적인 정부 주관 국제 박람회만 예외 인정)
결론: 한국에서 공지예외주장으로 특허를 등록받았다 하더라도, 동일한 기술로 유럽이나 중국에 진출할 경우 절대적 신규성 상실을 이유로 특허 등록이 불가능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즉,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향한다면, 박람회 오픈 전 출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성공적인 박람회와 견고한 특허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해 다음의 3단계 전략을 제언합니다.
기술력이 기업의 창이라면, 특허권은 기업의 방패입니다. 박람회라는 전장에서 창만 들고 싸우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전시회 일정으로 시간이 촉박하거나, 기술 공개 범위에 대한 판단이 어려우시다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십시오. 핵심 기술만을 선별하여 신속하게 권리 범위를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