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 미국의 특허관리법인(NPE) 넷리스트(Netlist)가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군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텍사스 동부지방법원(E.D. Texas)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업계는 이를 기술의 IP를 지렛대로 로열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형적 소송으로 해석합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피소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리고 데이터가 말하듯, 국내 기업의 해외 특허침해 피소는 소수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합니다.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삼성이 정말 남들보다 더 많이 침해하기 때문인가?
변리사로서, 그리고 기업 의사결정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 답은 아니다입니다. 피소 건수는 윤리나 기술 수준보다, 훨씬 더 냉정한 경제학과 제도 설계의 결과로 설명됩니다.
특허침해 소송은 본질적으로 권리자가 선택하는공격 행위입니다. 즉, 시장에서의 침해 가능성과는 별개로, 원고가 누구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고소하는지가 건수를 좌우합니다. 특히 NPE가 개입하면 이 경향은 더 뚜렷해집니다. NPE는 제품을 팔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반소의 위험이 낮고, 따라서 승패보다 합의금의 기대값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타깃을 고릅니다.
이때 피소 1위 기업은 대개 기술 윤리의 결과가 아니라, 시장 구조의 결과로 등장합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상위 피소 기업이 되는 이유는,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크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한 기업 안에 반도체(메모리·HBM), 디스플레이(OLED), 모바일, 가전, 네트워크 등 특허 밀도가 높은 산업을 다수 보유합니다. 이 구조는 필연적으로 다음을 낳습니다.
쉽게 말해, 삼성은 한두 발명이 아니라 수천 개의 기술 접합부로 사업을 굴립니다. 소송은 대개 그 접합부에서 발생합니다.
소송은 결국 기대수익 – 비용입니다. 삼성은 원고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피고입니다.
NPE의 시각에서 삼성은 이기기 쉬워서가 아니라, 합의가 성립되기 쉬운(혹은 합의금 기대값이 높은) 피고가 됩니다.
국내 임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미국은 특허 소송이 장사가 되기 쉬운 제도적 요소를 갖고 있고, 그중 일부 포럼은 특히 그렇습니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많이 피소된다는 사실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무대의 성격을 반영합니다. 다만 삼성은 그 무대에 가장 크게 노출된 플레이어인 셈입니다.

넷리스트의 HBM 제소는 위 3요소가 한 장면에 응축된 사례입니다.
이 구조를 보면, 피소는 우연이 아니라 거의 필연처럼 작동합니다.
대기업에게 특허 분쟁은 이제 법무 이슈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비용·공급망·출시 일정·대외 신뢰)입니다. 따라서 목표는 피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훨씬 실용적으로 다음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피소는 완전 회피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피소의 비용 구조는 설계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KPI로 연결될 수 있는 수준으로 요약합니다.
표준·통신·메모리·디스플레이는 침해 여부만큼 라이선스 만기/갱신이 분쟁을 만든다.
사업부·구매·재무와 함께 만기 캘린더를 경영 시스템으로 올려야 합니다.
클레임차트 수신 → 초기 기술 반박 → 무효(PTAB/IPR) 트리거 → 포럼 전략(선제 DJ 가능성 포함)까지 플레이북을 표준화해야 합니다.
ITC는 수입금지가 본질입니다. 따라서 대응은 특허팀 단독이 아니라, SCM + 품질 + 생산 + 사업부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미국 소송 비용은 자료 대응에서 폭발합니다. 결국 이겼다/졌다 이전에 버틸 체력이 승패를 갈라버립니다.
NPE는 반소가 약하니, 방어 측은 집단 무효/정보 공유/방어 네트워크로 비대칭을 상쇄해야 합니다. 단독으로 맞서면 캠페인의 다음 타깃이 되기 쉽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피소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삼성은 침해를 더 많이 해서가 아니라, 가장 넓은 기술 전장에, 가장 큰 돈이 걸린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법은 특허를 더 많이 내자가 아니라, 소송을 더 세게 하자도 아닙니다.
방어 비용의 기대값을 낮추는 구조를 만들자—즉, IP를 법무가 아니라 경영 시스템으로 끌어올리자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