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침해와 징벌적 손해배상 판례 분석

파인특허
May 1, 2025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그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권의 존중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당한 권리자의 허락 없이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19년 7월 9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허법은 고의적인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액을 증액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특허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권리자의 피해 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최근 특허법원은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적용과 관련하여 중요한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특허법원 2024. 10. 31. 선고 2023나11276 판결). 저희 파인특허법률사무소는 이 판결을 통해 고의적인 특허 침해의 위험성과 기업이 유념해야 할 사항들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주방용품 제조업체 A사(원고)가 자사의 '조리용기용 뚜껑' 특허(이하 '이 사건 특허발명')를 경쟁업체 C사(피고)가 무단으로 사용하여 진공냄비 제품(이하 '피고 제품')을 제조·판매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는 다음과 같은 경위로 특허 침해를 지속했습니다.

  1. 사전 인지 및 협상 결렬: 피고는 원고와의 거래 관계를 통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경에는 특허 사용에 관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사용료 등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2. 협상 중 침해 시작: 피고는 협상이 진행 중이던 2015년 11월경부터 원고의 허락 없이 이 사건 특허발명을 적용한 피고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3. 침해 중단 요구 묵살: 원고는 2019년 2월경 피고에게 특허 침해 사실을 알리고 침해 중단을 요구하는 통고문을 발송했으나, 피고는 침해 행위를 계속했습니다.
  4. 법적 분쟁 패소 후에도 침해 지속: 피고는 2019년 6월,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판과 피고 제품이 특허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으나, 2020년 12월 특허심판원에서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이후 특허법원에 제기한 불복 소송에서도 패소하여 2021년 8월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2022년 10월까지 제품 판매를 계속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특허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고의적인 특허 침해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는 특허의 존재를 알면서도 협상 결렬 후 무단으로 제품을 생산·판매.
  • 원고의 명시적인 침해 중단 요구를 받고도 침해 행위 지속.
  • 특허 무효 및 권리범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이후에도 장기간 침해를 지속.

법원은 피고가 제출한 '특허 무효 가능성에 대한 변리사 의견서'나 '경영진 변경' 등의 항변 사유는 고의성을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변리사 의견서는 침해가 이미 시작된 이후에 작성되었고,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명시하고 있었으며, 실제 소송 결과와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범위에 대한 중요 판단

피고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시행된 2019년 7월 9일 이전에 이미 침해를 시작했으므로, 해당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특허법 부칙 제3조("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부터 적용한다")의 해석과 관련된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해당 부칙 규정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적용되는 시점(시행일 이후 발생한 침해행위부터)을 정한 것이지, 시행일 이후에 '최초로' 침해를 시작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즉, 법 시행일 이전부터 침해가 계속되어 온 경우에도, 시행일 이후의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는 향후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법원은 먼저 특허법 제128조 제4항(침해자의 이익액 추정)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했습니다. 피고의 총 매출액 약 501억 원에 국세청 고시 단순경비율(92.4%)을 참고하여 산정한 한계이익률 7.6%를 곱한 후, 이 사건 특허발명이 피고 제품 매출에 기여한 정도(기여율)를 20%로 인정하여 기본적인 손해액을 약 7억 6천만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 기여율(20%) 판단 근거: 법원은 이 사건 특허발명이 피고 제품(진공냄비)의 핵심 기능인 밀폐력 향상에 기여하고 외관상 차별점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술 요소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고가 보유한 다른 특허/디자인(체크밸브, 패킹 구조, 스탠딩 손잡이 등)과 피고의 자본력, 마케팅 활동 등 비기술적 요소도 매출에 기여했다고 보아 기여율을 20%로 제한했습니다.

다음으로,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는 기간(2019. 7. 9. ~ 2022. 10. 31.)의 손해액(약 8천 8백만 원)에 대해, 2배의 징벌 배수를 적용했습니다.

  • 징벌 배수(2배) 판단 근거: 법원은 특허법 제128조 제9항의 고려 요소들, 즉 ▲피고의 우월적 지위(원고는 하청업체, 규모 차이 큼) ▲높은 고의성(확정적 고의) ▲장기간/다수 침해 행위 ▲침해로 얻은 상당한 경제적 이익 ▲피고의 재산 상태 ▲미흡한 피해 구제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2배의 배상액을 결정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피고에게 총 8억 5,066만 원 (= 시행 이전 손해액 약 6억 7천 5백만 원 + 시행 이후 손해액 약 8천 8백만 원 × 2배)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기업을 위한 시사점

이번 판결은 고의적인 특허 침해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기업 경영자 및 실무자는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1. 사전 특허 조사 철저: 신제품 출시 전, 경쟁사 또는 관련 기술 분야의 특허를 면밀히 검토하여 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합니다.
  2. 경고장 무시 금물: 특허권자로부터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면,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여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3. 선의의 협상 노력: 라이선스 협상 시에는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협상 결렬 시 섣불리 기술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4. 소송 중 침해 지속의 위험성: 특허 무효나 비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최종 판결 전까지는 침해로 인정될 위험이 상존합니다. 특히 패소 가능성이 있다면 침해 행위 지속은 고의성을 더욱 명백히 할 뿐입니다.
  5. 징벌적 손해배상의 현실적 위협: 고의 침해로 판단될 경우, 손해배상액이 최대 3배까지 증가하여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론

특허권은 혁신을 촉진하는 사회적 약속이자 기업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는 건전한 시장 질서의 기본이며, 법적 분쟁과 막대한 손실을 예방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이러한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저희 파인특허법률사무소는 특허 출원 및 관리, 분쟁 예방 및 대응 등 지식재산권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허 관련 고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저희 전문가들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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