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젭슨(Jepson) 청구항은 “종래기술에 해당하는 전제부”와 “개량된 특징부”를 나누어 기재하는 청구항 형식입니다. 예컨대 “A, B 및 C를 포함하는 장치에 있어서, 그 개량은 D를 포함하는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미국 실무에서는 37 CFR 1.75(e)가 개선발명 청구항의 형식을 전제부, “wherein the improvement comprises” 문구, 신규·개량 부분의 순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젭슨 청구항의 가장 큰 장점은 발명의 기여 지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심사관에게 “무엇이 기존 기술이고, 무엇이 개선점인지”를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므로, 단순한 구조 개선, 부품 치환, 공정 일부의 개선처럼 차별점이 명확한 사건에서는 심사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상 젭슨 청구항은 “등록 가능성을 높이는 형식”이라기보다 “발명의 개선 포인트를 좁고 명확하게 드러내는 형식”에 가깝습니다. 즉, 권리범위를 넓게 확보해야 하는 핵심 독립항에 곧바로 적용하기보다는, 보조적 청구항, 심사 대응용 예비 청구항, 또는 해외 대응 전략상 필요한 경우에 한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국 실무에서는 젭슨 형식이라고 해서 전제부가 자동으로 공지기술로 취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KIPO 자료는 젭슨형 청구항에서도 발명은 전제부를 포함한 전체로 특정되어야 하며, 전제부에 기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내용이 공지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대법원도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명세서의 배경기술이나 청구항 전제부에 기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기술이 당연히 출원 전 공지기술이라고 볼 수는 없고, 명세서 및 출원경과 전체를 보아 출원인이 이를 종래기술로 표시하려는 의도가 명확한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착오였다는 증거가 있으면 그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실무자는 이 점을 과신해서는 안 됩니다. 의견서에서 “전제부는 모두 공지기술입니다”, “본 발명은 오직 D에만 특징이 있습니다”라고 단정하면, 나중에 무효심판이나 침해소송에서 불리한 출원경과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젭슨 청구항을 쓸 때에는 청구항 문언뿐 아니라 의견서 표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미국 실무에서는 리스크가 더 직접적입니다. USPTO MPEP는 젭슨 형식으로 청구항을 작성하면 전제부의 대상이 타인의 선행기술이라는 묵시적 인정으로 취급된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중특허 거절 대응 등 다른 신뢰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함의가 번복될 수 있다고도 봅니다.
따라서 한국 출원에서 젭슨 형식이 허용 가능하다고 하여, 동일한 청구항을 그대로 미국에 제출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특히 미국 계속출원, 재심사, IPR, 침해소송을 염두에 둔 포트폴리오라면, 젭슨 청구항은 전제부 전체를 스스로 선행기술로 인정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2025년 Federal Circuit의 In re Xencor 판결은 젭슨 청구항 실무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법원은 젭슨 청구항의 제한적 전제부도 충분한 written description, 즉 기재요건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개선점만 잘 쓰면 되고, 전제부는 공지기술이므로 자세히 쓸 필요가 없다”는 접근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법원은 젭슨 청구항의 발명은 개선점만이 아니라 “선행기술에 적용된 개선점” 전체라고 보았고, 따라서 전제부까지 포함한 청구항 전체가 명세서에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바이오, 화학, AI 모델 구조, 반도체 공정처럼 예측가능성이 낮거나 기술 범위가 넓은 분야에서는 “공지의 항체”, “공지의 신경망”, “공지의 식각 공정”과 같은 전제부 표현이 오히려 기재불비 리스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젭슨 청구항을 검토할 때에는 다음 순서가 안전합니다.
첫째, 일반 형식의 독립항을 먼저 설계해야 합니다. 발명의 핵심 구성을 전제부와 특징부로 인위적으로 나누기 전에, 전체 조합으로서 넓고 자연스러운 독립항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둘째, 젭슨 형식을 사용할 경우 전제부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전제부에는 발명의 적용대상 또는 기술분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구성만 두고, 불필요하게 많은 구성을 “종래기술”처럼 보이게 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명세서에는 전제부 구성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 출원 가능성이 있다면, 전제부를 “당연히 공지”라고 처리하기보다, 해당 구성이 무엇인지, 통상의 기술자가 어떻게 이해하는지, 개선점이 그 구성과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명세서에 남겨야 합니다.
넷째, 의견서 표현을 절제해야 합니다. “전제부는 공지”라는 단정 대신, “인용발명과 대비할 때 본 발명의 차별적 기술적 특징은…”과 같이 비교의 맥락을 명확히 하는 표현이 안전합니다.
다섯째, 해외 출원 전략과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전제부가 자동으로 공지기술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젭슨 형식 자체가 불리한 인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PCT 또는 미국 직접출원이 예정되어 있다면, 젭슨 청구항은 별도 세트로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예시는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일반 청구항 예시
1.손잡이, 헤드부 및 상기 헤드부에 배치된 탄성 패드를 포함하고,
상기 탄성 패드는 복수의 돌출 리브를 포함하는 청소용 브러시.
젭슨 청구항 예시
1.손잡이 및 헤드부를 포함하는 청소용 브러시에 있어서,
그 개량은 상기 헤드부에 배치되고 복수의 돌출 리브를 포함하는 탄성 패드를 포함하는 것인 청소용 브러시.
이 예시에서 “손잡이 및 헤드부를 포함하는 청소용 브러시”는 전제부이고, “복수의 돌출 리브를 포함하는 탄성 패드”가 개선점입니다. 발명의 차별점이 브러시 전체가 아니라 헤드부의 탄성 패드 구조에 있는 경우에는 젭슨 형식이 심사관에게 발명의 포인트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출원에서는 이 전제부가 선행기술에 해당한다는 묵시적 인정으로 취급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USPTO MPEP는 젭슨 형식의 청구항 작성이 전제부 사항을 타인의 선행기술로 인정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소 위험한 젭슨 청구항 예시
1. 입력 데이터를 수신하고, 학습된 신경망 모델을 이용하여 상기 입력 데이터를 분류하는 데이터 처리 방법에 있어서,
그 개량은 상기 신경망 모델의 중간층 출력값에 기초하여 신뢰도 점수를 산출하고, 상기 신뢰도 점수가 임계값 미만인 경우 보조 모델을 호출하는 것을 포함하는 데이터 처리 방법.
이 문안은 얼핏 명확해 보이지만, “학습된 신경망 모델을 이용하여 입력 데이터를 분류하는 데이터 처리 방법” 전체가 공지기술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출원에서는 전제부가 불필요하게 넓은 admitted prior art로 해석될 위험이 있습니다.
수정 방향
1. 입력 데이터를 수신하는 단계;
제1 신경망 모델을 이용하여 상기 입력 데이터에 대한 제1 분류 결과를 생성하는 단계;
상기 제1 신경망 모델의 중간층 출력값에 기초하여 신뢰도 점수를 산출하는 단계; 및
상기 신뢰도 점수가 임계값 미만인 경우 제2 모델을 호출하여 제2 분류 결과를 생성하는 단계를 포함하는 데이터 처리 방법.
소프트웨어나 AI 발명에서는 젭슨 형식보다 위와 같이 전체 프로세스를 일반 청구항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더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공지의 신경망 모델”이라는 표현 하나가 나중에 기재요건, 진보성, 권리범위 해석에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젭슨 청구항 예시
1. 공지의 항체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 방법에 있어서,
그 개량은 상기 항체의 Fc 영역이 특정 아미노산 치환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인 치료 방법.
이 문안은 매우 위험합니다. “공지의 항체”, “치료 방법”이라는 전제부가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공지인지 불명확하기 때문입니다. 2025년 미국 Federal Circuit의 In re Xencor 사건에서도 젭슨 청구항의 전제부가 제한사항이면 그 전제부 역시 충분한 written description, 즉 기재요건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수정 방향
1. C5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를 포함하는 조성물로서,
상기 항체는 Fc 영역에 M428L 및 N434S 아미노산 치환을 포함하고,
상기 아미노산 치환을 포함하지 않는 대응 항체와 비교하여 증가된 생체 내 반감기를 갖는 조성물.
또는 치료방법 청구항이 가능한 관할이라면 다음과 같이 전체 구성을 직접 기재하는 방식이 더 안전합니다.
1. C5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단계를 포함하는 치료 방법으로서,
상기 항체는 Fc 영역에 M428L 및 N434S 아미노산 치환을 포함하고,
상기 항체는 상기 아미노산 치환을 포함하지 않는 대응 항체와 비교하여 증가된 생체 내 반감기를 갖는 치료 방법.
핵심은 “개선점만 쓰면 충분하다”가 아니라, 개선점이 적용되는 대상까지 명세서에서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In re Xencor 판결은 젭슨 청구항의 전제부에 대해서도 기재요건 부담이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젭슨 청구항은 “나쁜 청구항 형식”이 아니라 “용도가 제한적인 청구항 형식”입니다. 발명의 개선점이 극히 명확하고, 선행기술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으며, 그로 인한 권리범위 축소와 인정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을 때에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핵심 권리범위를 넓게 확보해야 하거나, 해외 특히 미국 권리화 가능성이 있거나, 전제부 기술이 정말 공지인지 불명확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조합 청구항을 우선하고, 젭슨 형식은 보조적 선택지로 남겨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국 젭슨 청구항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기록 관리입니다. 청구항 문언, 명세서의 배경기술 설명, 의견서의 선행기술 대비 논리, 해외 출원 청구항 세트가 모두 일관되어야 합니다. 작은 표현 하나가 훗날 권리범위와 유효성 판단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젭슨 청구항은 반드시 출원 초기부터 분쟁 단계까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