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AGI, 즉 범용인공지능입니다. 과거에 AGI라는 말에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하게 되고, 그 결과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지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AI는 이 전제와 조금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 주목받는 대규모 언어모델, 강화학습, 툴 콜링, 에이전트 구조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모사한다기보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사람처럼 이해하고, 사람처럼 계획하고, 사람처럼 손을 움직여 그림을 그리고 코드를 짜는 것이 아닙니다. 통계적 예측, 반복적 출력, 외부 도구 호출, 맥락 주입, 피드백 학습 등을 결합해 사람에게는 지능적으로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현재의 AI는 분명히 인간과 다르게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AI는 사람의 손가락을 여섯 개로 그리거나, 팔을 세 개 붙이거나, 발가락 수를 틀리는 식의 오류를 보입니다. 사람이라면 거의 하지 않을 실수입니다. 물론 강화학습과 후처리를 통해 손가락을 다섯 개로 그리도록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다음에는 발가락이 여섯 개가 되거나, 동물의 발까지 인간의 발가락처럼 처리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코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숙련된 개발자는 보통 전체 구조를 먼저 잡습니다. 어떤 조건 분기가 필요한지, 어떤 예외가 있는지, 어떤 함수가 어디서 호출되어야 하는지를 큰 틀에서 설계한 뒤 세부 코드를 채워 넣습니다. 반면 LLM은 기본적으로 앞에서 생성한 텍스트와 현재 맥락을 바탕으로 다음에 올 가능성이 높은 코드를 계속 계산하면서 이어 씁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코드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방식은 인간 개발자의 사고 과정과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 곧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지금의 AI는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특정 업무에서는 매우 강력합니다. 초안 작성, 요약, 번역, 자료 정리, 코드 보조, 고객 응대, 리서치 보조, 문서 검토, 반복적 사무 처리 등에서는 이미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툴 콜링, 데이터베이스 연동, 사내 문서 검색, 승인 프로세스, 자동 실행 구조가 붙으면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하나의 업무 시스템이 됩니다.
창업자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AI가 인간처럼 생각하는지는 논쟁거리일 수 있지만, AI가 특정 사무직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사업 전략의 변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AGI라는 단어는 기술적 정의보다 비즈니스적 수사로 더 자주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인간처럼 사고해야 AGI”라고 말할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은 “인간 직원이 하던 일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으면 AGI”라고 말할 것입니다. 빅테크 기업이나 투자 시장에서는 후자의 정의가 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 인간과 같은 사고 과정을 구현했는지보다, 인건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업무 자동화를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가 더 직접적인 사업 가치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창업자 입장에서는 이 용어 싸움에 과도하게 휘말릴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 질문입니다.
우리 회사의 어떤 업무가 AI로 대체되는가.
어떤 업무는 AI로 보조만 가능한가.
어떤 업무는 자동화하면 오히려 리스크가 커지는가.
그리고 이 변화 속에서 우리 회사의 기술, 데이터, 워크플로우, 고객 접점은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는가.
AI가 사무직 업무의 30%를 대체하든, 50%를 대체하든, 혹은 특정 분야에서 그 이상을 대체하든 창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평균값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속한 시장에서, 우리 고객이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는 업무 단위가 얼마나 빠르게 자동화되는지가 핵심입니다.
많은 창업자가 AI 창업을 생각할 때 먼저 모델을 떠올립니다. 더 좋은 모델, 더 큰 모델,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최첨단 LLM의 학습에는 막대한 자본, 데이터, 인프라, 전력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이 빅테크와 같은 방식으로 정면 승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의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요.
모델 자체보다 업무 구조에 있습니다.
즉, 특정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를 얼마나 잘게 쪼개고, 어떤 단계에서 AI를 쓰고, 어떤 단계에서 사람의 승인을 받고, 어떤 단계에서 외부 도구를 호출하고, 어떤 결과를 기록으로 남길지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AI 스타트업은 단순히 “AI가 답변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특정 업무를 끝까지 처리하는 구조”를 가진 회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예컨대 세일즈 리드 발굴, 계약서 검토, 특허 선행기술 조사, 고객 지원 티켓 분류, 병원 예약 관리, 물류 클레임 처리, 회계 증빙 정리처럼 구체적인 업무 단위를 AI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핵심 자산은 단순한 프롬프트가 아닙니다.
산업별 데이터, 예외 처리 로직, 승인 구조, 사용자 피드백, 업무 로그, 사내 지식베이스, 도메인별 평가 기준, 그리고 이를 결합한 운영 노하우가 진짜 자산이 됩니다.
AI 시대의 창업자에게 특허 전략은 단순히 “AI를 사용했다”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제 AI 사용 자체는 너무 보편적인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어떤 기술적 구조 안에서 사용해 기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LLM을 이용해 문서를 요약한다”는 아이디어는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특정 산업의 문서에서 오류 가능성이 높은 항목을 식별하고,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고, 위험도에 따라 승인 단계를 다르게 설정하고, 결과를 학습 데이터로 재투입하는 구체적인 처리 구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허 관점에서 창업자는 다음을 고민해야 합니다.
첫째,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AI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 구조를 보아야 합니다.
둘째, 사람이 하던 업무를 어떤 절차로 자동화했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셋째,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정확도, 속도, 보안, 오류 감소, 리스크 통제 등 기술적 효과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특허로 공개할 부분과 영업비밀로 숨길 부분을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AI 서비스에서는 데이터셋, 프롬프트 체계, 평가 기준, 후처리 로직, 고객별 튜닝 방식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것을 특허로 공개하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반대로, 외부에서 쉽게 모방될 수 있는 워크플로우나 시스템 구조는 조기에 권리화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AI가 강력해질수록 완전 자동화에 대한 유혹도 커집니다. 하지만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특히 법률, 의료, 금융, 보안, 인사, 특허, 계약 등 오류 비용이 큰 영역에서는 AI의 출력이 그럴듯하더라도 인간의 검토와 책임 구조가 필요합니다.
창업자는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AI가 어디까지 하게 둘 것인가”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품의 신뢰성과 직결됩니다.
AI가 초안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AI가 후보를 추천할 수는 있습니다.
AI가 위험 신호를 표시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최종 판단, 책임 소재, 고객 고지, 기록 보존, 오류 발생 시 대응 체계는 별도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 경계를 잘 설계한 회사는 단순히 기술을 잘 쓰는 회사를 넘어,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됩니다.
현재의 AI가 진정한 AGI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쟁이 계속될 것입니다.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는 AI를 AGI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인간의 지능 자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범용성”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는 쉽게 결론나지 않을 문제입니다.
그러나 창업자에게는 더 급한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의 고객은 어떤 업무에 돈을 내고 있는가.
그 업무 중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의 판단, 책임, 신뢰, 관계의 영역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 경계 위에서 우리 회사는 어떤 지식재산을 확보할 수 있는가.
AGI라는 단어의 정의는 앞으로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대체되는 업무 단위는 실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창업자는 AGI가 왔는지 아닌지를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사업을 업무 단위로 해체하고, AI가 바꾸는 부분과 사람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구조를 기술, 데이터, 운영 노하우, 특허,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AI를 쓴다”가 아닙니다.
AI가 인간과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사업 구조와 지식재산 전략으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파인특허법률사무소는 AI 시대의 창업자에게 필요한 질문은 하나라고 봅니다.
“AGI가 언제 오느냐”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어떤 업무 구조가 먼저 권리화되고, 어떤 경쟁력이 먼저 보호되어야 하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