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특허분쟁의 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유럽 특허소송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국가별 법원에서 따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통합특허법원, 즉 UPC(Unified Patent Court)가 2023년 6월 1일 출범한 뒤 유럽 특허분쟁은 국가별 대응에서 중앙집중형 대응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3주년 분석에 따르면 UPC 제1심 법원에는 920건이 넘는 사건이 접수되었고, 그중 침해소송은 530건 이상, 무효소송은 90건 이상으로 집계됩니다.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그 효과입니다. UPC에서는 한 국가의 판매, 전시, 온라인 유통이 여러 UPC 참여국에 영향을 미치는 금지명령 리스크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UPCA 제32조는 UPC가 특허침해, 비침해확인, 보전처분과 금지명령, 특허무효 및 무효반소 등에 관한 관할을 가진다고 정합니다. 제34조는 UPC의 결정이 유럽특허가 효력을 갖는 체약회원국 영역에 미친다고 규정합니다. 즉 특정 제품이 독일에서 문제 되었더라도, 해당 유럽특허가 여러 UPC 참여국에서 유효하다면 금지명령의 파급력은 독일 시장을 넘어 확장될 수 있습니다.
현재 UPC 침해소송의 무게중심은 독일 로컬 디비전에 있습니다. 최근 분석들은 뮌헨, 뒤셀도르프, 만하임, 함부르크의 독일 로컬 디비전이 UPC 침해 본안소송의 약 75% 안팎을 차지한다고 설명합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특허권자가 선호해 온 침해소송 관할지였고, UPC 체제에서도 초기 판례 형성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는 유럽 판매 기업에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경쟁사는 독일 내 판매, 전시회 참가, 온라인몰 배송, 독일어 페이지 운영 등을 근거로 UPC 제소를 검토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독일 로컬 디비전에서 시작된 분쟁이 독일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UPC 참여국 전체의 판매중단, 회수, 폐기, 손해배상 협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UPCA 제63조는 침해가 인정될 경우 법원이 침해 계속을 금지하는 영구적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고, 불이행 시 반복적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UPC 리스크는 단순히 유럽 소송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 공급망과 출시 일정 전체를 흔드는 사업 리스크입니다.
UPC 절차의 특징은 초기 집중형입니다. 침해소송 피고는 통상 소장 송달 후 3개월 내에 방어답변서를 제출해야 하고, 관할 등 예비적 항변은 더 짧은 기간 안에 정리해야 합니다. 예비적 금지명령이나 보전처분 신청에서는 30일 안팎의 촉박한 대응이 요구될 수 있습니다.
본안 사건도 느리지 않습니다. UPC 3주년 통계 분석은 예비적 금지명령 결정의 평균 기간을 약 112일, 침해 본안소송의 평균 기간을 약 16.2개월, 독립 무효소송의 평균 기간을 약 14.0개월로 집계합니다. 이는 소송을 받은 뒤 처음부터 자료를 찾기 시작하는 기업에는 부담이 큰 속도입니다.
따라서 UPC 소송은 소장을 받은 뒤 검토하자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침해 주장에 대한 비침해 논리, 청구항 해석, 무효자료, 제품 사양서, 개발 이력, 공급망 자료, 유럽 판매국별 매출자료가 미리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초반 방어전략이 흔들립니다. 특히 예비적 금지명령은 3~4개월 내 판매중단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출시 직전 또는 전시회 직후 제소되는 경우 사업 일정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UPC가 항상 특허권자에게만 유리한 제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3주년 분석에서 침해 본안의 특허권자 승소율은 약 45% 안팎으로 나타났고, 다른 분석에서는 침해 본안의 무효반소에서 특허가 원등록 그대로 유지된 비율 52%, 보정 유지 16%, 전부 무효 31%로 제시됩니다.
이 수치는 한국 기업이 특허권자일 때도 중요합니다. 강한 특허라면 UPC는 유럽 여러 시장에서 집행력을 확보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취약한 핵심 특허를 UPC 관할에 그대로 두면 경쟁사가 중앙무효소송 또는 무효반소를 통해 여러 국가의 권리를 한 번에 공격할 수 있습니다.
결국 UPC의 장점과 위험은 같은 구조에서 나옵니다. 하나의 소송으로 넓게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은 특허권자에게는 공격의 효율성이고, 피고에게는 광역 금지명령 리스크입니다. 하나의 무효절차로 여러 국가 권리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은 피고에게는 방어의 효율성이고, 특허권자에게는 중앙무효 리스크입니다.
단일효가 없는 기존 유럽특허, 즉 전통적 EP에 대해서는 과도기 동안 UPC 관할에서 제외하는 opt-out이 가능합니다. EPO FAQ와 UPCA 제83조는 기존 유럽특허 또는 출원에 대해 일정한 요건 아래 opt-out을 신청할 수 있고, UPC 소송이 이미 제기된 경우에는 opt-out이 제한되며, opt-out은 등록부 기재 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단일특허에는 opt-out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opt-out 판단은 단순히 모두 opt-out 또는 모두 유지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파인특허법률사무소는 유럽 포트폴리오를 최소 세 그룹으로 나누어 검토할 것을 권합니다.
시장 차단력이 크고 무효 리스크가 낮은 핵심 특허는 UPC 집행 가능성을 유지할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유럽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판매금지 효과가 필요한 특허라면 UPC 관할 유지가 협상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등록 과정에서 큰 보정이 있었거나, 신규성·진보성, 기재불비, 추가사항 문제가 예상되는 특허는 중앙무효 공격을 피하기 위해 opt-out을 우선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핵심 제품을 받치는 특허일수록 무효 리스크를 수치가 아니라 사업 영향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라이선스 협상용 특허, 표준특허, 방어용 포트폴리오는 경쟁사와의 관계, 기존 EPO 이의신청 가능성, 병행소송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opt-out은 단순한 등록부 조작이 아니라 유럽 분쟁 지형을 미리 선택하는 전략입니다.
UPC는 유럽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기업은 유럽 수출자, 부품 공급자, 특허권자, 라이선서 또는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UPC에 연결될 수 있습니다.
Seoul Viosys 사건에서 뒤셀도르프 로컬 디비전은 한국 특허권자에게 UPC 8개 체약국에 걸친 금지명령과 침해품 인도·폐기 명령을 부여한 사례로 평가되었습니다. 또 다른 Seoul Viosys v. Laser Components 사건에서는 프랑스 유통사가 한국 공급사 Photon Wave를 절차에 끌어들이려 했고, 파리 로컬 디비전은 공급사가 판결에 구속될 수 있도록 참여를 명하는 방향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례들은 한국 기업에 두 가지 메시지를 줍니다. 하나는 UPC가 한국 특허권자에게도 강력한 집행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유럽 현지 유통사가 피고가 되더라도 한국 제조사와 공급사가 소송 밖에 안전하게 머무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유럽 유통계약은 UPC 리스크를 전제로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소송통지 의무, 방어권 통제, 공급사 참가, 기술자료 제출 협조, 비용분담, 판매중단 시 재고 처리, 회수·폐기 명령 대응, 합의권한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 본사가 핵심 기술자료를 보유한 구조라면 현지 유통사만으로는 방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UPC 시대의 FTO, 즉 Freedom-to-Operate 검토는 과거보다 더 실무적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유럽특허 검색 결과를 나열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합니다. 제품 출시국, 물류 경로, 독일 전시회 참가 여부, 온라인 판매 페이지의 언어와 배송국, CE 인증 일정, 현지 유통계약, 광고 문구까지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특허권자는 제품 출시 전후의 공개자료를 근거로 긴급성을 주장하며 예비적 금지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전시회 부스, 보도자료, 웹사이트, 카탈로그, 독일어 판매 페이지, 유럽 배송 안내, 유통사 홍보자료는 모두 UPC 리스크 판단의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전자부품, 의료기기, 배터리, 통신장비, 자동차부품, 생활가전처럼 유럽 유통망이 넓고 독일 전시회·대리점·온라인몰을 활용하는 산업은 UPC 리스크가 높습니다. 제품이 완제품이 아니더라도 부품이 침해품의 핵심 구성요소로 지목되면 공급망 전체가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출시 전 FTO의 결론은 침해 가능성 있음 또는 없음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문제 특허별 회피설계안, 무효자료, 라이선스 협상 가능성, 출시국 조정, 유통사 커뮤니케이션 지침, 예비적 금지명령 대응 시나리오까지 포함해야 실무에서 작동합니다.
등록명의, 공동소유, 라이선스, SPC, 단일특허 여부까지 확인하지 않은 opt-out은 분쟁 시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공동소유 특허와 라이선스가 얽힌 특허는 형식요건 점검이 중요합니다.
경쟁사가 독일 로컬 디비전을 선호하는지, 최근 UPC 사건을 보유하는지, EPO 이의신청과 UPC 소송을 병행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UPC 제소 가능성은 단일 특허가 아니라 경쟁사의 유럽 분쟁 습관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선행문헌뿐 아니라 전시회 공개자료, 제품 카탈로그, 표준문서, 논문, 납품자료, 공개사용 증거, 개발연혁까지 소송 제출 가능한 형태로 정리해야 합니다. UPC에서는 초기에 제출하지 못한 자료가 뒤늦게 전략을 흔들 수 있습니다.
청구항 차트, 비침해 논리, 회피설계, 무효논리, 유럽 판매국별 리스크 등급, 예비적 금지명령 대응 시나리오를 포함해야 합니다. 독일 판매가 예정되어 있거나 독일 전시회를 활용한다면 검토 강도를 높여야 합니다.
소송통지, 방어자료 제공, 공급사 참가, 판매중단 시 비용부담, 회수·폐기 명령 대응, 합의권한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유통사가 피고가 되더라도 한국 제조사가 사실상 분쟁의 중심이 되는 구조라면 계약서가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UPC는 유럽 특허소송을 빠르고 강력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허권자에게는 유럽 시장을 단번에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지만, 판매 기업에는 중앙집중형 금지명령과 중앙무효라는 중대한 리스크를 안깁니다. 이제 유럽 진출 기업은 UPC를 소송이 생기면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 출시 전 사업전략에 반영할 변수로 다루어야 합니다.
파인특허법률사무소는 유럽 핵심 특허의 opt-out 검토, 경쟁사 UPC 제소 가능성 분석, 방어용 무효자료 구축, 제품 출시 전 FTO를 하나의 통합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것을 권합니다. UPC 시대의 승패는 법정에서만 갈리지 않습니다. 소송이 시작되기 전, 기업이 자신의 특허와 제품, 공급망을 얼마나 빨리 점검했는지에서 이미 절반은 결정됩니다.
본 자료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제품, 특허, 계약 또는 분쟁에 대한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실제 유럽 출시, UPC opt-out, FTO, 소송 대응은 대상 특허와 제품 자료를 바탕으로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