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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허 분쟁에서 배우는 출원 전략: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엔비디아 사례

파인특허법률사무소
2026. 10. 16.

2026년 10월 5일 미국 메모리 모듈 기업 넷리스트(Netlist)가 마이크론과 5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마이크론은 2026년 4분기부터 20개 분기 동안 분기마다 3,000만 달러, 모두 6억 달러를 지급합니다. 두 달 앞선 8월에는 삼성전자가 선급 라이선스료 2억 3,900만 달러에 분기별 사용료를 더하는 계약에 서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그보다 이른 2021년 4월 4,0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으로 넷리스트와의 소송을 정리했습니다.

D램 시장을 사실상 나눠 가진 세 회사가 모두 자신들보다 훨씬 작은 회사의 반도체 특허에 사용료를 내게 된 것입니다. 규모의 차이를 메운 것은 특허의 짜임새였습니다. 업계 규격을 따르는 제품 구조를 겨냥한 청구항, 그리고 무효심판으로 일부가 흔들려도 남는 여러 건의 특허가 협상력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반도체 특허 출원을 준비하는 장비·소재·부품 기업, 팹리스, 대학과 연구소를 위해 썼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엔비디아가 얽힌 분쟁 네 건을 따라가며 출원 단계에서 미리 정해 둘 일을 골랐습니다.

넷리스트와 메모리 3사, KAIST와 삼성전자, YMTC와 마이크론, 엔비디아가 얽힌 반도체 특허 분쟁 타임라인

넷리스트 사례: 작은 회사도 반도체 특허를 가지고 메모리 3사를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습니다.

넷리스트는 서버용 메모리 모듈을 설계해 온 미국 회사입니다. 마이크론과의 계약을 발표하면서 넷리스트는 서버용 DIMM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관련 특허가 라이선스 대상에 들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터센터 서버에 꽂히는 메모리 모듈은 업계 공통 규격을 따르므로 이 구조를 짚은 청구항은 설계 변경으로 피해 가기 어렵습니다.

소송 결과도 넷리스트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 배심원은 2023년 4월 삼성전자에 3억 300만 달러, 2024년 11월에는 1억 1,800만 달러의 배상 평결을 내리며 두 번 모두 고의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2024년 5월 마이크론 사건에서도 4억 4,500만 달러의 평결이 나왔습니다. 미국에서는 고의 침해가 인정되면 법원이 배상액을 3배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국내 특허법도 2024년 8월 21일부터 고의 침해의 배상 한도를 손해액의 5배로 높였습니다.

평결이 곧바로 돈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마이크론 평결액 가운데 4억 2,500만 달러는 넷리스트 미국 특허 제7,619,912호의 청구항 16 하나에 걸려 있었습니다. 평결 한 달 전인 2024년 4월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무효심판(IPR)에서 이 청구항을 특허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넷리스트는 항소로 맞섰습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모두 2026년 라이선스 계약과 함께 계류 중이던 소송을 합의로 정리했습니다.

출원인이 이 사례에서 가져갈 점은 두 가지입니다.

  • 규격과 시장 표준 구조를 겨냥한 청구항은 경쟁사가 피해 가기 어렵습니다. 우리 기술이 고객사의 규격 문서, 데이터시트, 제품 단면에서 그대로 드러나는지 출원 전에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청구항 하나에 모든 것을 걸면 위험합니다. 무효심판에서는 청구항 단위로 결론이 납니다. 넓은 독립항과 범위를 단계적으로 좁힌 종속항을 함께 두고 핵심 기술을 여러 건으로 나눠 출원하면 일부가 무너져도 권리가 남습니다. 미국에서는 계속출원(continuation)으로 경쟁 제품을 확인한 뒤 청구항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KAIST 핀펫 사례: 연구실의 반도체 특허도 미국 등록이 있어야 다툴 수 있습니다

핀펫(FinFET)은 2010년대 들어 로직 반도체 공정의 주력이 된 3차원 트랜지스터 구조입니다. 이종호 교수는 2003년 2월 벌크 실리콘 기판 위에 핀을 세우는 더블게이트 핀펫 구조를 미국에 출원했고 2005년 4월 미국 특허 제6,885,055호로 등록받았습니다.

KAIST의 지식재산 관리 회사인 KAIST IP US는 2016년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2018년 6월 배심원은 삼성전자의 고의 침해를 인정하고 4억 달러의 배상 평결을 내렸습니다. 같은 특허의 침해가 인정된 퀄컴과 글로벌파운드리에는 배상액이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이 특허를 겨냥한 무효심판 청구는 PTAB에서 심리 개시 단계를 넘지 못했고 양측은 항소심이 진행되던 2020년 조건을 공개하지 않은 채 합의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먼저 볼 것은 시간입니다. 미국 출원부터 평결까지 15년이 걸렸습니다. 대학과 연구소의 공정 기술은 등록할 때 쓰는 회사가 없더라도 존속기간 20년 안에 업계 표준이 되면 값이 달라집니다. 그때 미국 특허가 없었다면 미국 법원에서 다툴 방법도 없었습니다.

청구항을 적은 방식도 살펴보겠습니다. 위 특허의 청구항 1은 기판과 이어진 핀, 핀의 일정 높이까지 덮은 산화막, 정해진 범위의 게이트 산화막 두께처럼 완성된 칩의 단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발명을 적었습니다. 공정 조건이 아니라 구조를 적은 청구항은 상대 공장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제품 분석으로 침해 여부를 따질 수 있습니다.

공장 안에서만 확인되는 공정 조건과 완성품 단면에서 확인되는 핀펫 구조를 비교한 반도체 특허 청구항 도식

YMTC와 마이크론 사례: 후발 주자의 반도체 특허와 발명자 계약

중국 낸드플래시 기업 YMTC는 2023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마이크론이 3D 낸드 관련 미국 특허 8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고 2024년 7월에는 특허 11건을 걸어 두 번째 소송을 냈습니다. 마이크론은 2024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YMTC 특허를 상대로 무효심판(IPR) 25건과 특허부여후재심사(PGR) 1건을 청구하며 맞섰습니다. YMTC는 중국 법원에서도 마이크론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2026년에는 유럽에서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9월 심리를 마치며 마이크론의 일부 3D 낸드 제품이 YMTC의 독일 실용신안 2건을 침해한다는 판단을 밝혔습니다. 마이크론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10월 6일 나온 판결문에는 해당 제품의 독일 내 판매와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1심 판결이며 마이크론은 항소했습니다.

독일 실용신안은 실체 심사 없이 빨리 등록되는 권리로 존속기간은 최장 10년입니다. 유럽 특허가 심사를 받는 동안 같은 기술을 실용신안으로도 확보해 두면 더 일찍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독일 시장에 장비나 칩을 내보내는 기업이라면 검토해 볼 만한 선택지입니다.

마이크론은 다른 방향에서도 반격했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6년 9월 미국 아이다호 연방법원에 YMTC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내면서 YMTC의 미국 특허 4건이 자사 소유라고 주장했습니다. 마이크론에서 YMTC로 옮긴 엔지니어들이 재직 중 서명한 발명 양도 약정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국내 기업에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연구 인력이 경쟁사로 자주 옮기는 업계에서는 직무발명 규정, 연구노트, 입사·퇴사 서약서가 특허 못지않은 자산입니다. 퇴사자가 이직한 뒤 낸 특허에 우리 회사 기술이 들어 있다고 주장하려면 재직 중 그 발명이 언제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보여 줄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엔비디아 사례: 먼저 소송을 건 쪽도 반격을 받습니다

엔비디아는 2014년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삼성전자와 퀄컴이 자사 GPU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했습니다. 결과는 엔비디아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2015년 10월 ITC 행정판사는 엔비디아의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예비판정을 내렸고 삼성전자가 맞제소한 사건에서는 같은 해 12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판정이 나왔습니다.

엔비디아 제품의 미국 수입 금지 여부를 가를 ITC 최종 판단을 앞둔 2016년 5월 두 회사는 합의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양사가 소수의 특허만 서로 라이선스하며 포괄적 교차 라이선스나 별도 대가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엔비디아가 방어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독일 슈퍼컴퓨터 기업 파르텍(ParTec)은 2024년 10월 유럽 통합특허법원(UPC) 뮌헨 지방부에 엔비디아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습니다. 여러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함께 일하는 구조에 관한 특허로 GPU 제품의 유럽 판매 금지를 청구했고 2025년 8월에는 다른 특허로 DGX 제품의 유럽 18개국 판매 금지를 구하는 소송을 더했습니다.

  • 팹리스와 시스템 기업에서는 칩 내부 회로뿐 아니라 여러 칩을 묶는 아키텍처도 반도체 특허의 대상이 됩니다.
  • 경쟁사에 권리를 행사하기 전에는 우리 제품이 상대 특허에 걸리지 않는지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대가 맞소송에 쓸 특허를 쥐고 있으면 협상의 무게중심이 금방 넘어갑니다.
  • UPC에서는 소송 한 건으로 여러 회원국의 판매 금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럽 고객사가 있다면 유럽 특허와 단일특허(Unitary Patent)를 출원 계획에 넣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반도체 특허 출원 전에 점검할 다섯 가지

네 사례를 출원 실무로 옮기면 다섯 가지 점검 사항이 남습니다. 밸류체인에서 우리 회사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답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설계, 소재·부품, 장비, 제조, 패키징·모듈 단계별로 주로 청구하는 대상과 침해 확인 방법을 정리한 반도체 특허 밸류체인 표

1. 제품만 보고도 침해를 확인할 수 있게 씁니다

챔버 온도, 가스 유량, 레시피 순서 같은 공정 조건은 상대 공장 안에서만 확인됩니다. 방법 청구항만 있으면 침해를 입증할 자료를 얻기 어렵습니다. 완성품의 단면 분석, 성분 분석, 회로 역설계로 드러나는 구조를 청구항의 중심에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특허법 제129조는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특허에서 같은 물건을 그 방법으로 생산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만 출원 전에 이미 알려진 물건에는 이 추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기존 제품의 공정을 개선한 발명은 이 조항에 기대기 어렵습니다. 제품에서 드러나지 않고 공개되면 따라 하기 쉬운 레시피라면 출원 대신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2. 장치·방법·물건 청구항을 함께 둡니다

누가 침해자가 될지에 따라 쓰이는 청구항이 다릅니다. 장비 기업은 장비 구성, 그 장비로 하는 공정, 제어·보정 로직을 함께 청구해 두면 장비를 만드는 경쟁사와 장비를 쓰는 팹을 모두 겨냥할 수 있습니다. 소재 기업은 조성물, 제조 방법, 용도를 나눠 적습니다.

국내에서도 장비 특허 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미반도체가 2024년 말 HBM 제조용 TC 본더 특허를 근거로 한화세미텍에 낸 침해 소송은 맞소송과 무효 주장으로 번졌고 2026년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변론이 이어졌습니다. HBM 장비처럼 고객사가 몇 곳 안 되는 시장에서는 장비 특허의 범위가 곧 납품 경쟁의 범위가 됩니다.

3. 수치 범위마다 실험 데이터를 붙입니다

반도체 특허는 두께, 농도, 온도, 비율 같은 수치 범위로 발명을 특정하는 일이 많습니다. 범위의 경계에서 효과가 달라진다는 데이터가 명세서에 없으면 진보성 다툼에서 버티기 힘듭니다. 넓은 범위와 바람직한 좁은 범위를 단계적으로 적고 각 범위에 실시예와 비교예를 붙여 두면 나중에 거절이유나 무효심판에 대응해 범위를 좁힐 때 근거가 됩니다.

4. 공개하기 전에 출원합니다

학회 발표, 논문, 고객사 기술 제안, 전시회 시연은 모두 발명의 공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공개일부터 12개월 안에 출원하면 공지예외를 인정하고 미국과 일본도 1년의 유예 기간을 둡니다. 유럽은 학회 발표를 유예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은 정부가 인정한 국제 전시회나 지정된 학술회의 등 일부 경우에만 6개월을 인정합니다. 해외 출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발표 전에 출원을 마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5. 해외 출원 국가와 일정을 미리 정합니다

특허는 등록한 나라에서만 효력이 있습니다. 국내 출원일부터 12개월 안에 우선권을 주장해 해외에 출원할 수 있고 PCT 국제출원을 이용하면 각국 진입 판단을 우선일부터 30개월(유럽은 31개월)까지 미룰 수 있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중국, 대만, 일본, 유럽처럼 공장과 고객사, 경쟁사가 모인 곳을 기준으로 국가를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수출하는 나라만 볼 일이 아니라 경쟁 제품이 만들어지고 팔릴 나라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국내 등록을 서둘러야 한다면 지식재산처의 우선심사와 초고속심사가 선택지입니다. 지식재산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심사대기기간은 일반심사 평균 14.7개월, 우선심사 2.1개월이었고 초고속심사는 1개월 안에 1차 결과를 냈습니다. 첨단기술 분야이면서 해외 출원의 우선권 기초가 되는 국내 출원은 초고속심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 특허 출원에서 자주 받는 문의

반도체 공정 기술도 특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공정 방법만 청구하면 침해 입증이 어려워서 그 공정으로 만든 구조와 공정에 쓰는 장비 구성을 함께 청구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제품에서 드러나지 않는 레시피는 영업비밀로 두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반도체 특허의 등록 기간은 심사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국내 일반심사는 2025년 기준 첫 심사 결과를 받기까지 평균 14.7개월이 걸렸습니다. 우선심사나 초고속심사 요건을 갖추면 몇 달 안에 결과를 받을 수 있고 거절이유에 대응하는 기간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국내 특허만으로는 해외 경쟁사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 해외에서만 파는 제품에는 국내 특허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국내 출원 후 12개월 안에 해외 출원 여부를 정하는 것이 기본 일정입니다.

출원 전 고객사 설명은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합니다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필요한 범위만 설명하면 공개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툼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면 출원을 먼저 하고 설명하는 순서를 권합니다. 이미 설명했다면 날짜와 자료를 정리해 두고 공지예외 주장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네 사례에서 권리를 행사한 쪽은 대부분 상대보다 작거나 시장에 늦게 들어온 회사였습니다. 규모의 차이를 메운 것은 제품에서 확인되는 구조를 적은 청구항, 무효 공격을 견디도록 여러 겹으로 쌓은 권리, 그리고 분쟁이 벌어질 나라에 미리 받아 둔 특허였습니다.

파인특허법률사무소는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기업, 팹리스, 연구기관의 국내외 특허 출원을 맡고 있습니다. 출원 전 기술 자료와 발표·납품 예정 일정을 함께 보내 주시면 청구항 구성, 출원 국가, 우선심사 활용 여부를 검토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