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잘못된 특허 인용, 결국 USPTO 징계까지
최근 미국 특허청(USPTO)에서 생성형 AI 사용과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징계 결정이 하나 나왔습니다.
In the Matter of Brian E. Mitchell, Proceeding No. D2026-16 사건입니다. 2026년 7월 27일자 최종 결정으로, OED와 변호사 사이의 합의를 승인하면서 공개 견책을 명했습니다.
미국 특허소송을 수행하던 변호사가 생성형 AI를 이용해 Claim Construction 자료를 작성했는데, 그 안에 특허 명세서와 도면, 출원경과에 대한 잘못된 인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결국 USPTO의 징계 절차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요즘 특허업무에서도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미국 변호사 한 명의 실수로 넘기기에는 꽤 의미가 있는 사례입니다.
다른 AI로 한 번 더 확인했는데도 틀렸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Brian Mitchell 변호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동부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특허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를 대리하고 있었습니다.
특허소송에서는 청구항에 사용된 표현의 의미를 법원이 정하는 이른바 Claim Construction 절차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각 청구항 용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해석의 근거가 특허 명세서나 도면, 출원경과 중 어디에 있는지를 제시하게 됩니다.
Mitchell 변호사는 이 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AI가 작성한 자료 중 일부에는 실제 특허문헌과 맞지 않는 인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명세서의 특정 부분을 인용했지만 실제로 그 위치에 해당 내용이 없거나, 도면이나 prosecution history를 잘못 지목한 사례가 발견된 것입니다.
조금 더 흥미로운 점은 Mitchell 변호사가 하나의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제출한 것도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을 다시 다른 생성형 AI를 이용해 검토했습니다.
두 AI 도구를 거쳤는데도 오류는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송 당사자들이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citation과 quotation이 발견됐고, 이후 Mitchell 변호사가 다시 검토하면서 추가적인 오류까지 발견하게 됩니다.
USPTO가 문제 삼은 것은 ‘AI를 썼다’는 사실이 아니다
이 사건을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AI를 사용하면 징계를 받는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USPTO 역시 생성형 AI를 특허업무에 사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AI를 이용해 자료를 정리하거나 초안을 작성하는 것은 이미 상당히 일반적인 업무 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그 다음 단계였습니다.
AI가 제시한 내용을 변호사가 원문과 충분히 대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특허 명세서 몇 페이지, 몇 번째 문단에 어떤 내용이 있다고 AI가 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특허 명세서를 열어 확인해야 합니다.
출원경과 중 특정 의견서에서 출원인이 이런 주장을 했다고 AI가 알려준다면, 그 의견서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실제 업무에서는 이 부분이 생각보다 쉽게 생략될 수 있습니다.
AI의 답변은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문장도 그럴듯하고, 인용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두 번째 AI에게 다시 확인을 시켜 같은 답을 받으면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지점이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AI로 AI를 검토하는 것은 사람이 원문을 확인하는 것과 같지 않습니다.
법원에서 제재하지 않았는데 USPTO는 징계했다
이 사건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잘못된 인용이 발견된 뒤 Mitchell 변호사는 비교적 빠르게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수정된 Claim Chart를 다음 날 다시 배포했고, 자신이 잘못 검토한 부분도 인정했습니다.
해당 특허소송을 담당하던 연방법원은 이 문제를 이유로 별도의 sanction을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결정문에는 오류가 신속히 수정됐고 의뢰인이 소송상 불이익을 입지 않았다는 Mitchell 변호사의 진술도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USPTO의 판단은 별개였습니다.
USPTO의 Office of Enrollment and Discipline(OED)은 변호사의 competence와 diligence 의무, 그리고 부정확한 내용을 법률절차에 제출한 행위 등을 문제 삼았고, 최종적으로 public reprimand, 즉 공개 견책 처분으로 이어졌습니다.
합의에 따른 최종 결정에는 37 C.F.R. §§ 11.101, 11.103, 11.804(c), 11.804(d) 위반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법원에서 별도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특허전문가로서의 직업윤리상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판례를 지어낸 게 아니라 ‘특허 자체’를 잘못 인용했다
생성형 AI를 법률업무에 사용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AI가 만들어내는, 이른바 hallucination 사례가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특허 실무자들에게는 더 직접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례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특허 명세서와 도면, prosecution history에 대한 잘못된 인용이 문제됐기 때문입니다.
특허업무를 하다 보면 AI에게 다음과 같은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구성요소가 명세서 어디에 기재되어 있는지 찾아줘.”
“출원인이 심사과정에서 이 용어를 좁게 해석한 부분을 찾아줘.”
“이 청구항 해석을 뒷받침할 근거를 prosecution history에서 찾아줘.”
이런 작업은 AI가 상당히 잘합니다.
긴 명세서나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출원경과를 사람이 처음부터 전부 읽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후보 부분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AI가 찾아준 위치가 정말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특허 명세서의 paragraph 번호, column과 line 번호, 도면 번호, Office Action의 페이지, Amendment에서 출원인이 실제로 사용한 표현 등은 결국 원문을 열어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AI는 어디를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특허업무에서는 이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특허업무는 다른 법률분야보다도 원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명세서에 특정 구성이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 하나로 신규사항 추가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고, 출원경과에서 출원인이 한 문장 때문에 청구항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선행문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이 문헌에는 A와 B가 결합된 구성이 개시되어 있다”고 요약했다고 해서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실제 문헌을 열어 보면 A와 B가 서로 다른 실시예에 기재되어 있거나, AI가 문헌의 취지를 지나치게 확대해서 정리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특허업무에서 AI를 사용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역할을 명확하게 나누는 것입니다.
AI에게는 검색, 정리, 비교, 초안을 맡길 수 있습니다.
다만 최종적인 근거 확인은 사람이 원문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특히 명세서, 선행문헌, 심사기록, 판결문처럼 최종 의견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이 과정을 생략하기 어렵습니다.
AI 사용 여부보다 검증 절차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USPTO 징계 결정을 AI 사용을 제한하는 사례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특허 명세서 작성이나 선행기술 조사, OA 분석, Claim Chart 작성과 같은 업무에서 생성형 AI의 활용은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했느냐”가 아닙니다.
AI가 어디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물을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검증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하나의 AI가 만든 자료를 다른 AI가 다시 검토했습니다.
그래도 틀렸습니다.
특허업무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기억해둘 만한 사례입니다.
AI가 “명세서에 그렇게 쓰여 있다”고 알려주었다면, 마지막에는 결국 명세서를 열어봐야 합니다.
파인특허법률사무소는 국내외 특허출원 및 특허분쟁과 함께 생성형 AI가 특허 실무에 미치는 변화와 관련 제도 및 사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